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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모험을 향해 몸을 던졌다

책 속 한 문장, 또는 장소

by 참도깨비 2022. 2. 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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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실험실' 파리 리뷰가 주목한 단편들을 모은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도서출판 다른)를 읽으며 '하늘을 하는 양탄자>에 나오는 문장에 꽂혔다. 양탄자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았다가 내려오면서 호되게 앓고 난 어린 시절 이야기는 우리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모든 기억을 소환한다. '그렇지 여름은 길고도 길었지. 겨울이 길다고는 하나 여름은 그렇게 우리를 끝없는 모험 속으로 던져놓고 뜨겁고도 붉은 다음을 만들었지'하는, 믿기지 않는 마법과도 같은 공간이었지.' 이 문장만 떼놓고 보면 산문시 한 편이다. 어쩌면 이제 그럴 수 없기에 헛헛해져서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기나긴 여름이 오면 우리의 놀이는 갑자기 불이 붙어 밝게 타오르다가 영원히 사라지곤 했다. 여름은 길고 길어 한 해 전체보다 점점 더 길어졌고, 우리 삶의 가장자리를 넘어 천천히 뻗어나갔지만 그 광활한 순간마다 결국 끝을 향해 다가갔다. 그게 주로 여름이 하는 일이었다. 여름은 금세 끝날 것처럼 감질나게 우리를 놀려댔고 방학이 끝날 무렵이면 언제나 뒤로 길쭉한 그림자를 드리운 채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갔다. 여름은 언제나 끝이 있었고 그러면서 영원히 이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놀이에 안달하면서 언제나 새로운 놀이, 더 강렬한 놀이를 찾아다녔다. 8월의 귀뚜라미가 점점 더 큰 소리로 울어대고 여름의 초록빛 가지에 처음으로 붉은 잎이 나타나면 절대로 변치 않는 기나긴 나날이 지루함과 그리움으로 묵직해졌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절박한 마음으로 새로운 모험을 향해 몸을 던졌다.-스티븐 밀하우저 단편소설 <하늘을 나는 양탄자> 첫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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