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봄이 되면서 꽃 화분을 몇 개 더 사오셨다. 베란다에는 크고 작은 화분으로 꽉 차 있어서 빨래라도 널라치면 게걸음으로 걸어다녀야 한다. 그뿐인가 식구들 생일 때면 어김없이 걸리는 조기나 명태 등 생선 비린내 때문에 방 창문을 열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에게 마당 있는 집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다. 무말랭이며 나물 말리고 생선에 메주까지 마음 놓고 걸 수 있는 시렁이 있는 처마가 그립다. 몇 번이나 그런 집으로 이사하자고 알아보다 지금 사는 아파트 시세에 다시 주저앉은지가 몇 해인지 모르겠다. 무리하게 대출하지 않으면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려우니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살자고 하는데도 그럴 수 없다. 어머니 손에 맞춰 창고며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것들로 먼 나중만 생각할 뿐이다. 지난해 곶감을 매달았던 플라스틱 고리에 명태가 달렸다가 대가리만 남았다. 그건 따로 말렸다가 진한 국물을 내실 모양이다. 그래도 김창완의 노래 <어머니와 고등어>처럼 내일 아침에는 진국에 밥 말아먹을 수 있어서 좋다. 마당 또한 욕심이라고 에둘러 참으며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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