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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자

내가 그린 기린 그림

by 참도깨비 2022. 6. 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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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충주에서는 권태응어린이시인학교가 열린다. 뜨거운 여름 방학에 하다가 지난해와 올해는 가을에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잠깐 쉰 해도 있으나 꾸준히 어린이들과 만나 시를 이야기하고 시를 썼다. 지난해 시인학교에 온 아이와 선생님들을 그려보았다. 어른들은 동심으로 들어가 동시를 쓴다고 하지만 어린이들은 어린이만의 시를 쓴다. 자기들만의 이야기가 있다. 어른들도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지만 글로 쓰거나 시로 읽으라고 하면 어렵다고 하거나 해석을 해달라고 한다. 시 그거 별 거냐고 툭툭 내뱉듯이 쓰는 아이들은 용기가 백배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러지 않고는 답답하니 그냥 쓰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학교에서 파하고 자기 삶이 펼쳐지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어른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해야 할 공부가 많아서 시를 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떠오르면 바로바로 쓸 수 있는 무기가 시인데도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꼭꼭 숨어서 다른 아이가 된다. 이런 기회마저도 없는 어린이들과 시 쓰기를 하면 어른을 흉내내는 동시를 쓰는 경우가 많다. 어른 동시집에서 보았거나 교과서에서 보았던 동시를 빼닮은, 아주 잘 쓰려고 작정한듯 앞다투어 여러 편을 쓰기도 한다. 어른들이 손 봐 준 것 같은 시가 자주 나와서 아이들만의 신나고 재미있는 세계는 사라지고 없다.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잘못이다. 틈틈이 쉬면서 자기 글을 쓸 수 있도록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자기 글을 써서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시인이 되려고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관계에서 너나들이하면서 막힘없이 소통하라고 자신 손에 딱 맞는 무기를 주는 것이어야 한다. 남을 해치는 무기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고 드러낼 수 있는 연필이나 손가락(핸드폰 메모창이라도)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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