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과 재봉틀 하면 실이 떠오르고 갖가지 색깔의 옷감이 생각난다. 자투리 천을 모아 조각보를 만들고, 여름 해변의 사람들을 한데 모은 듯한 옷도 생각난다.
재봉틀을 달리는 말 삼아 놀고 있는 주인공은 발랑탱이다. 남자아이다. 여전이 색깔을 성별로 나누고 보이지 않는 역할에 충실하도록 강요하는 세상에서 앙투안은 재봉틀을 선물로 받아 자신만의 색깔을 표현하고 싶은 아이다.
"실은 다시 달리기 시작하고 여러 조각을 하나로 이어 주었어요. 너무 좋지 않나요? 벌어진 흉터를 꿰매는 것 같잖아요."
한 줄의 시처럼 아름답다. 발랑탱은 색깔을 좋아하는 아이여서 모든 친구들에게 자신만의 색깔을 갖게 해주고 싶은 아이여서 반 친구들에게 '여자답다'거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냐"는 오해를 산다. 그래서 상처를 받아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을 참고 집에 있는 동안 재봉틀을 돌려 누군가에게 줄 티셔츠를 만든다. "실이 천 위에서 반듯하고 안심되는 선을 그리"는 동안 "싸움, 축구공, 여자아이, 남자아이는 이제 없"다는 것을, 오로지 "자신만만하게 제 갈 길을 가는 실이 있을 뿐"임을 말하는 당당한 주인공으로 거듭난다.
남자와 여자, 정해진 역할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해도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과 정체성의 문제를 아이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그림책이다. 그런 구분마더 지우고 한 아이와 그 아이가 만들어갈 세상을 그린다면 함께 읽고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어린 시절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이란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담은 <안팎정원>으로 소르시에르 상, 생텍쥐페리 상, 크레티앰 드 트루아 상을 받은 키마라 메잘라마의 글과 테헤란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레자 달반드의 그림이 돋보이는 그림책 <색깔을 찾는 중입니다>는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레이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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