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다시 이사를 준비하며

작은도서관 이야기

by 참도깨비 2022. 5. 17. 14:55

본문

돌이켜 보니 참 많이도 이사 다녔다. 이 시대에 혼자 작은도서관을 하는 것은 이(번)생(은)망(했다)이라는 걸 알면서도 작은도서관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잘 버텼다.
마지막이 될 지 모르겠다고 임대아파트 단지로 들어왔는데 다시 떠나게 되었다. 한림출판사에서 작은도서관 사서 명함 만들어주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귀여운 명함이 도착했는데 몇 달 써먹지 못하게 되었다.
오늘 조합과 퇴거 및 인수인계 합의서를 작성하고 도장을 찍었다. 7월 31일까지 이사를 해야 한다.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다. 현명한 결정이긴 하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죄짓는 마음이다. 좋은 책이 많아 이사 오길 잘 했다는 독서동아리 회원이나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도서관으로 거듭 날 이곳 도서관을 기다려주시라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주변 아파트나 다른 지역에서 책을 빌리러 오시는 분들에게 새로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궁색한 말씀밖에 드리지 못하겠다.
물론 새로운 자리에서 운영위원회를 꾸리고 만들어가겠지만 관장이라는 욕심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할 때까지는 책임지고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어가고자 한다. 어느 때는 모두 넘기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요즘은 그것도 짐이다. 20년 넘게 지역에서 함께 작은도서관을 한 초롱이네도서관 오 관장님과 앞으로 가고는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한숨을 공유하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작은도서관이 책과 사람을 이어주며 동네를 살리고 나마저 살리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작은도서관 사람들과 지인들과 공유하면서 좋은 자리가 생겼으면 좋겠다. 허허벌판에 서 있는 기분이지만 좋은 터를 내준 일하는 사람들 협동조합과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박종국 관리소장님께 감사의 말과 함께 마지막 날까지 봉사하다 좋은 자리로 가고 싶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