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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과 동네서점

작은도서관 이야기

by 참도깨비 2023. 1. 2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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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교실에 이어 시집 읽기 모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 덕분에 참도깨비도서관이 살아있다.

 얼마 전 서울시가 작은도서관 지원 예산을 삭감도 모자라 '0'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동네서점이 살아남느냐 마느냐 목숨줄이 달린 도서정가제도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작은도서관 사람들이 나랏돈 받아 무엇을 하는지 알고자 하는 최소한의 행위도 없이 뚝 잘라버리는 것도 모자라 몇몇 동네서점 이용자들의 책값 투정을 받아들여 무한경쟁의 도가니에 밀어넣으려 하고 있다. 책값이 너무 비싸서 문화 품위 유지가 안 되니 무한 할인 경쟁을 만들어 책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취지로 토론회를 하겠다고 한다. 얼마 전 작은도서관 진흥법 개정이 진행될 때까지는 토론회나 설명회 등을 통해 의견을 모으고 대안을 모색하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이상한 조짐이다. 서서히 숨통을 죄어 고사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비영리단체 보조금을 들여다 보고 조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교묘하게 여론을 부추기고 있는 이면에는 먼지 털어 나오는게 있지 않겠느냐, 그래서 세금이 어디로 새는지 보여주고 창피를 주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 같다.

 

 작은도서관 사람들은 늘 불안하다. 개인이 하거나 단체가 꾸려가는 도서관에 비해 공간과 지원이 낫다는 아파트 도서관 운영자들도 하나같이 입대위와의 마찰을 빚거나 자원봉사자가 없어 운영하기 어렵다고 한다. 분양 아파트 대단지마다 들어가 있는 작은도서관들은 사실 입대위와의 협력 속에 공간 확보와 안정적인 운영 예산을 받을 수 있는 구조여서 한결 걱정이 덜할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은 곳이 꽤 많다. 갈수록 줄어드는 이용자들과 운영 인력의 부족으로 당장 문 열어두는 것마저 벅차다는 의견들이 많다. 여기에다가 서울시의 결정을 판례 삼아 지방자치단체들까지 지원 예산을 삭감하거나 없애는 수준으로 간다면 희생을 바탕으로 봉사하고 운영해 온 작은도서관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 뻔하다. 사실 지방자치단체들도 평가 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인 지원을 한다는 명목 아래 작은도서관 줄 세우기를 해왔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활발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머리를 맞대고 정책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노력 없이 예산을 삭감하고 지나친 공공성에 작은도서관 사람들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만 해도 작은도서관 사람들과 동네서점은 시립도서관과의 관계가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서로의 처지를 잘 알아가고 연대해 간다는 입장의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작은도서관협의회를 지원하여 작은도서관 책 잔치 등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고 동네서점을 통해 도서 구입을 하면서 모두에게 이득이 가는 일(책값 반환제)을 모색할 수 있었던 것도 무조건 지원만을 바라거나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의 대립보다는 상생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연대는 느슨하다 못해 언제라도 틀어질 수 있는(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책이 바뀌고 그에 따른 지원이 사라지기도 하는) 불합리한 틀 위에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작은도서관 진흥조례에 있는 작은도서관협의회 대표성마저 부정될 수 있거나 이용자 우선으로 도서정가제가 깨지고 무한경쟁 입찰 시스템이 되어버리면 어제의 합의는 거울 깨지듯 산산조각이 될 가능성이 많다. 사사로운 작은도서관 운영으로 예산을 조금이라도 따기 위해 민원을 넣으면 어쩔 수 없이 고려해야 한다는 작은도서관 담당자의 말은 앞으로 가야 할 정책이 언제라도 원점 아래 바닥으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몇 해가 지나도 전체 작은도서관 개수만 파악하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해도 그렇다. 책값이 너무 비싸니 할인률을 높여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문화도시에 걸맞는 독서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 동네서점과 언제 등을 돌릴 지 모르는 일이다.  동네서점 인증제가 있더라도 서류상의 책 공급업체들이 항의하면 역시 무한경쟁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누구라도 문어발식 페이퍼 업체를 만들어 책을 공급하기 위한 입찰을 하게 될 것이고 지금 현재에도진행되고 있으니 이를 어찌 결자해지해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하루하루가 더 불안하다. 이럴 때일수록 처음 시작하고 지금까지 버틸 수 있게 한 즐거움과 사명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도 오간다.  아낌없는 지원과 상생을 위한 정책이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요구는 머리 앞에 달아둔 당근이 되어가는 것 같다. 달리다 보면 지치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면 폐관하고 문을 닫는 엄정한 현실? 거대한 예산을 바탕으로 비대한 조직을 유지하는 데만 머물지 말고 작은도서관과 동네서점과 상생하려고 하는, 끝까지 같이 가려는, 늘 거기에서 같이 걷는 자세가 필요하다. 도서관과 동네서점은 크거나 작거나 책만 보는 욕심으로만 유지되는 곳이 아니다. 책을 통한 사람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기에 서로의 불안을 지워가는 상생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의 운영방식이 보이고 존재 자체의 진실이 보이기에 불안을 지워갈 수 있다. 그래야만 하루하루 문을 열고 닫는 마음이 평안해지고 무엇을 만드는 행위들이 이어지고 사람들의 관계가 문화로 꽃 피울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만으로, 공기처럼 누리는 것이 미래유산(최근 청주시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미래유산 몇 가지를 선정했다고 하는데, 일부는 함께 누려가야 할 미래유산이 아니고 추억팔이밖에 안된다고 본다)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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