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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갤러리 주인을 모십니다

작은도서관 이야기

by 참도깨비 2023. 12. 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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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칼라박스(1987년 개관할 때 동네 가구방에서 샀던)을 치우고 책장을 새로 짜서 책을 정리했다. 2열 8단으로 두 개를 맞추면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모였던 책장의 책들이 보기에도 좋게 꽂혔다. 벽 높이 가득 짜인 책장에 사다리의자를 놓고 올라가 보니 남다른 기분이 든다. 책장 두 개에 거금 백만 원을 들였지만 아깝지 않다. 시청 앞으로 이사할 때  새로 짠 책장과 이어져서 안정된 느낌이어서 더 오래 오래 도서관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한 발 더 나아가 책장을 활용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세계 최초로 책장 갤러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바로 시도를 해보았다. 책이 가득 꽂힌 서가를 볼 때마다 거기에 뭔가를 얹어 책만이 아닌 다른 분위기를 내보고 싶었던 마음이 요사스럽게 꼬드긴 탓이다. 처음에는 작은 다육이 화분이나 돌멩이를 얹어놓다가 마침 그림이 있는 산문집 구상을 하다가 작업의 연장에서 작은 액자에 그림을 넣어서 전시해 보자고. 원목 책장에 바른 기름 냄새가 그렇게 꼬드긴 것이기도 하다. 

 마침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이라는 제목으로 산문집 제목까지 잡아놓은 상태에서 미리 전시하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다시 글을 써보자는 뜻이 한데 짬뽕이 된 탓이다. 작은 수첩에 그린 그림들은 다있소에서 파는 천 원 짜리 액자에 딱 맞아서 좋았다. 책장 전체를 적절하게 이용해서 놓으면 산문집 전체 구성하기에도 좋고 쑥쓰럽지만 그림이라 할 수 없이 '그' 정도 되는 것이지만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으니 좋지 싶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세계 최초의 책장 갤러리라 이름 붙이고 '이 달의 작가'를 모셔보기로 하였다. 어디까지나 아직은 구상일 뿐이다. 작은 그림 전문 책장 갤러리. 요즘 유행하는 어반 드로잉이든 소품으로 재미삼아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의 전시회를 하면서 책 이야기도 하면 좋겠다 싶다. 그러면 책장에 꽂힌 책들도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책 속의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게 없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지줄대는 갤러리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작은도서관은 재미와 흥미가 빠지면 시체다. 자기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재미와 흥미가 빠지면 내려놓아야 한다. 이걸 왜 하나 싶은 자괴감이 드는 건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그때마다 힘이 나는 것은 그런 재미와 흥미를 가져다 준 책과 사람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이렇게 별 짓을 해보는 것이다. 시립도서관과 엮인 상호대차 서비스 이후로 직접 도서관에 오는 발길이 뜸해졌지만 그래도 다른 도서관에 없는 책 찾아 오는 사람들이나 시청(구도심 중앙) 근처에 볼 일 보러 왔다가 들른 사람들,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시민단체 사람들, 시설을 이용하려다가 잠깐 들르는 사람들까지 잠깐 쉬어가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싶다.

 

 거창하게 현판을 붙이거나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천천히 반응을 지켜보면서 재미 삼아 해볼 것이니 다른 작은도서관에서도 충분히 가져다가 시도해 보아도 좋다. 어쩌면 다른 도서관에서 벌써 하고 있는 일인지도 모르지만 책 읽고 빌려주다가 문득 문득 재미있는 일을 벌여보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오래 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해보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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