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시티
“ 슬로우 시티 ” 일요일까지 출근하고 월요일은 혼자 실컷 자야지 싶은데 아침일찍부터 꽃들이 카카오톡으로 꼬여내는 바람에 일어난다. 일어나. 일어나면 될 거 아니야, 씩씩거리며 아점을 먹는다. 꽃 말고는 불러낼 데가 없다. 혼자 길을 걷는다. 꽃본지 오래인 외투처럼 골목길로 돌아간다. 버스를 타려다 보니 굴러다닌 적이 없는 바퀴처럼 주머니에 잔돈이 없다. 버스를 타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어느새 1,500씨씨 자가용족이 되어 연비나 따지고 있는 나이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느낀다. 깡통이나 마분지 상자에 바퀴만 단 얍실한 다리를 느낀다. 꺼진 보도블럭이나 웅덩이에 발목이 접질린다. 개나리가 인공폭포처럼 쏟아지는 골목을 지나는데 꽃술을 드나드는 것들은 꿀벌이 아니다. 말벌들이 득시글거린다. 저것들도 꿀을 먹었던..
책 속 한 문장, 또는 장소
2021. 9. 8. 08:32